조선왕릉 최초로
왕과 왕비가 따로 묻힌
남양주시 광릉
경기도 남양주시는 임금의 무덤인 왕릉이 많습니다.
대한제국 황제 고종과 명성황후가 함께 잠든 홍유릉, 조선 제6대 단종의 부인 정순왕후가 묻힌 사릉,
조선 제7대 세조와 그의 비 정희왕후가 잠든 광릉 등이 있습니다. 그만큼 역사가 깊은 도시죠.
오늘은 남양주시 진접읍에 있는 광릉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겨울이 온 듯 날씨가 조금 을씨년스럽습니다. 나뭇잎도 거의 다 떨어져 앙상한 나무만 보입니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어 안으로 들어갑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관람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내와 광릉을 전세 낸 듯 관람했습니다.
매표 후 들어가면 광릉 역사문화관이 있습니다. 이곳은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가 거리두기 해제 후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광릉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라 꼭 들어가 봐야 할 곳입니다.
광릉 역사문화관은 그리 크진 않습니다. 전시 내용은 광릉 조성 이야기, 세계유산 조선왕릉, 왕릉이 있는 풍경, 영상실 등이 있습니다.
영상실에서 조선 왕실 국상 절차(6분), 조선왕릉 내부 구조(6분), 조선왕릉 제향(4분) 등의 영상이 상영됩니다.
광릉 등 왕릉은 관리상의 문제로 올라가지 못하잖아요. 영상으로 왕릉의 내부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사문화관을 나오면 왼쪽에 광릉 재실이 있습니다. 예스러운 한옥 건물입니다.
재실은 왕릉을 관리하고 관리하는 참봉이 상주하던 곳입니다.
제향을 지낼 때는 제관들이 머물면서 제사에 관련된 일을 준비하기도 하였죠.
재실을 나와 광릉 쪽으로 가다 보면 세계유산 광릉 표석이 있습니다.
조선왕릉은 왕과 왕비 그리고 대한제국의 황제와 황후 73명의 무덤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입니다.
능은 모두 42기가 있는데요, 500년 넘게 이어 온 왕조의 모든 왕과 왕비의 능이 온전히 남아 있어
북한에 있는 2기를 제외한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40기 중 3기가 남양주시에 있습니다.
세계유산 표석을 지나면 오래된 비석 같은 게 있습니다. 하마비(下馬碑)*입니다.
너무 오래되어 글씨가 잘 보이지 않지만, 한문으로 大小人員皆下馬(대소인원개하마) 라고 쓰여 있습니다.
뜻은 ‘대·소인 모두는 말에서 내려 걸어가라’ 라는 뜻입니다.
이 하마비는 조선왕릉 중 현존하는 유일한 하마비라고 합니다.
*조선시대 종묘 및 궐문 앞에 세워놓은 석비를 지칭
하마비를 지나면, 광릉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옵니다. 나뭇잎이 다 떨어져 겨울이 오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아스팔트 길만 걷다가 이런 맨땅 길을 걸으니 발걸음이 가벼운 느낌입니다. 이런 길은 아무리 걸어도 다리가 아프지 않죠.
광릉으로 가는 길옆에 숲길이 있습니다. 매년 봄과 가을 일정 기간만 개방하죠. 올가을에는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방하네요.
숲길은 15분 소요되는 짧은 길도 있고요, 복자기 숲길은 1.33km로 약 50분 소요됩니다.
이 가을의 끝자락을 붙들고 싶어서 아내와 숲길을 걸으니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입니다.
광릉 숲길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가을 나들이 명소로 추천된 곳이죠. 가을에 더 고운 단풍으로 유명한 곳인데요,
올가을에 놓쳤다면 내년을 기약하세요. 아니 내년 봄에도 광릉 숲길을 개방하니 그때 꼭 한번 가보시길 강추합니다.
2010년 태풍 곤파스 때 광릉에 있는 나무도 많이 쓰러졌습니다. 왕릉을 호위하듯 지키고 있다가 쓰러진 나무 밑동만 남아 있는데요,
그 위에 관람객들이 돌을 올려놓았습니다. 돌이 하나둘씩 쌓이면 돌탑이 되겠네요.
광릉 숲길을 한 바퀴 돌고 일주문 앞으로 왔습니다. 일주문은 왕릉이나 서원, 향교 앞에 있죠.
액운과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세운 문이라고 합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중앙에 정자각, 그 좌·우측에 수라간과 수복방 그리고 그 뒤로 좌측이 세조가 잠든 무덤,
우측은 정희왕후가 잠든 무덤이 있습니다. 이 두 개의 무덤을 합해서 광릉이라고 합니다.
이곳이 정자각입니다. 정자각은 제사를 지내는 건물입니다. 왕의 제사를 지낼 때는 어떻게 지낼까요?
앞서 광릉 역사문화관 영상관에서 조선왕릉 제향 모습을 영상으로 봤는데요,
왕의 제사라 제기와 차린 음식이 일반 가정 제사와는 다릅니다. 정자각 앞에 왕릉 제향 모습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정자각을 중심으로 좌측은 수라간인데요, 수라간은 제향에 올리는 음식을 준비하는 곳이죠.
오른쪽은 수복방인데, 이 건물은 능을 지키는 관리가 머무는 곳입니다.
수복방 위에 비각이 있습니다. 비각 안에 한문으로 조선 제7대 왕 세조와 그의 비 정희왕후가 묻힌 능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광릉 왼쪽의 세조 무덤입니다. 세조는 생전에 자신의 왕릉을 조성할 때 죽을 때 빨리 썩어야 하니
석곽과 묘실을 만들지 말라고 명령했는데 이는 자신에게 큰돈을 쓰지 말고 간소하게 능을 조성하라는 뜻에서 말한 것이라고 합니다.
광릉 팸플릿이나 안내판을 보면 세조와 그의 비 정희왕후의 무덤이 떨어져 있습니다.
이런 무덤은 조선왕릉 형식 중에 동원이강릉(同原異岡陵)의 효시라고 합니다.
즉, 하나의 정자각을 가운데에 두고, 정자각 뒤편의 2개의 언덕에 각각 능을 구성하는 형식입니다.
보통 정자각에서 바라보기에 좌측이 왕의 능이고, 오른쪽이 왕비의 무덤입니다. 광릉도 좌측이 세조, 오른쪽이 정희왕후의 무덤이죠.
광릉을 관람한 후 나올 때는 복자기 숲길로 걸어 나왔습니다. 지금 걷지 않으면 내년 5월까지 이 길을 걷지 못하니까요.
날씨가 끄물거리고 조금 쌀쌀했지만요, 아내와 함께 걷는 숲길은 낭만적이었습니다.
광릉을 관람한 후 아내가 제게 묻더군요.
"왜 세조는 죽어서 아내(정희왕후)와 함께 묻히지 않았나요? 당신은 죽어서도 저와 함께 할 거죠?"
저는 왜 세조가 그의 비와 함께 묻히지 않았는지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늘에 있는 세조에게 물어봐야 하나요 :)
그래도 저는 죽어서 아내와 함께 할 거라고 대답했답니다. 부부의 사랑을 더욱 깊게 해주는 광릉에서의 시간이었습니다.
입장 시간
09:00~17:50 (매주 월요일 휴무)
관람료
성인 기준 1천 원 (주차료 무료)
문의
☎ 031)527-7105
※ 애완견, 자전거 및 킥보드 출입 금지
남양주시 광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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