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근대화와 국가발전
1. 근대화와 사회발전
1) 근대화 이론
근대화이론이 성립하게 된 사회적 배경은 2차 대전 후 새롭게 개편된 세계질서에서 찾을 수 있다. 2차 대전이 막
을 내림과 동시에 이전에 식민지 상태에 있었던 많은 민족들이 독립국가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들 신생국들이 비록
법률적으로 자주성을 표방할 수 있었지만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여러 측면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강대
국의 영향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그 후 동서 양대 진영 간에 형성된 내전체제는 이들 국가들에 대한 관심을 더욱
고조시켰다. 말하자면 서방진영과 공산진영은 제3세계 국가들로부터 보다 높은 충성심을 얻어내는데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근대화 이론은 이러한 제3세계의 당면 문제에 대한 서방의 관심의 표현으로 출발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사회적 배경 하에서 출발된 근대화이론의 지적 근원은 고전적 이론가들의 사상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학에 관한 한 고전적 이론가들은 대체로 진보의 사상을 짙게 반영하고 있었다. 이들의 진보사상은 학자
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대체로 18세기 후반에 절정에 달한 계몽사상, 헤겔의 철학적 발전이론, 유기체진화
론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꽁트의 “ 3단계법칙” , 스펜서의 “ 동질성으로부터 이질성으로” , 뒤르켐의 “ 기계
적 연대에서 유기적 연대에로” , 퇴니스의 “공동사회에서 이익사회로” , 마르크스의“부정의 부정” 등의 사상이
모두 인간사회의 보편적 발전법칙을 정립하고자 한 시도였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비단 근대화이론뿐만 아니라 발전이론 전체가 이들 고전적 사회학자들의 사상을 계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들 19세기 사상가들의 진화론적, 발전론적 사상이 곧바로 근대화이론이나 발전이론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20세기 초반에 와서는 대부분의 사회과학에서 진화론적 사조가 퇴조하면서 사회학에서도 진화
론 대신에 심리학적 사회학, 경험주의적 사회학, 체계분석 등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고, 그리고 20세기 중반을 거치
면서 19세기 진화론적 사상이 새로운 형태로 부활하게 되는데 이것의 하나가 근대화이론이다.
물론 근대화론자들이 처음부터, 그리고 명시적으로 진화 혹은 발전의 개념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또한 그들은
경험주의적 방법을 충실히 따랐고, 연구대상도 초기의 고전적 사회학자들에서 볼 수 있었던 사회의 장기적 변동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단기적 변동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근대화론자들이 가졌던 사회변동의 관점은 분명히 진화론적
인 것이었다.
이들은 오늘날 발전된 서구사회의 구조적 특성을 “ 근대성” 으로, 그리고 덜 발전된 사회의 구조적 특성을 “전
통성” 으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 전통성” 을 가진 후진국들이 오늘날의 선진국들이 과거에 밟았던 경로를 따라
서 “ 근대성” 을 획득하게 된다고 가정함으로써 진화론의 기본적 사회변동관의 하나인 단일방향성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근대화이론의 내적 구성은 매우 복잡하다. 여기에서 근대화이론을 다음의 몇 가지 부류로 나누어 그것들
의 핵심적 주장을 살펴보겠다.
(1) 사회심리학적 이론
사회심리학적 접근을 사용하는 학자들 중에서도 두 가지 상이한 집단이 구별될 수 있다. 그 하나는 헤이건과 맥
클란드로 대표되는 학자들로서 이들은 경제성장의 원인으로서 personality적 요인을 강조한다. 이들과는 달리 잉켈
리스와 스미스, 그리고 칼 등은 반대로 사회구조적 변화에 따른 개인의 변화에 초점을 둔다. 물론 이들도 “ 근대
성” 또는 “ 개인적 근대성” 이 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고 있지만 그것을 객관적
인 사회구조의 변화의 궁극적 원인으로 들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앞의 이론가들과는 다르다.
헤이건은 경제성장에 있어서 자본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고전경제학자들의 견해를 거부하고 경제발전의 궁극적
인 원인을 creative personality(창조적 개인)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자본형성과 그것의 결과보다는 그러한
자본을 만드는 인간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의 이론적 입장은 베버의 길을 따르고 있는데 그는 전통사회와
근대사회를 대조시키면서 전통사회는 권위주의적 personality에 의하여 지배되고 근대사회는 이와는 상반된 개혁적
personality에 의하여 지배된다고 주장하면서 개혁적 personality의 주요 특징으로 창조성, 경험에 대한 개방성, 끊임
없는 호기심 등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권위주의적 personality에 의하여 지배되는 전통적 사회가 어떻게 개혁적 personality의 주도 하에 끊임없
이 변동하는 근대사회로 변화할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한 헤이건의 응답이 바로 “지위존경의 철회” 이다. 그에 따
르면 “지위존경의 철회” 란 어떤 역사적 사건에 의하여 어떤 사람이 지위를 상실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보여주었던 존경심을 더 이상 갖게 되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위존경의 철회” 가 나타나게 되며 다음
세대의 교육과정에서 어머니들이 자립심, 성취욕구 등을 더욱 강조하게 됨으로써 “개혁적 personality” 가 나타나
게 되는 것이다.
한편 맥클란드도 경제발전의 주역은 기업가이기 때문에 이윤추구가 아니라 성취동기를 본질로 하는 기업가정신이
한 사회의 경제발전에 긴요하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그는 한 사회에서 “성취욕구(need for achievement)” 가 높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수록 활동력 있는 기업가가 보다 많이 나타나게 될 것이고, 이러한 기업가가 많을수록 경제발
전의 정도는 높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맥클란드 자신이 인정하고 있듯이, 그의 이론은 분명히 베버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사회변동의 요인으로서 personality의 요인을 강조했다는 점, 그리고 기업가의 본질을 화폐에 대한 욕망이
아닌 성취욕구로 보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베버가 근대 서구자본주의라는 독특한 역사적 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면, 맥클란드는 이러한 베버의 명제를 일반
화시키려고 한 것이다. 즉, 프로테스탄트 원리는 성취욕구의 특정 형태이고 서구자본주의는 경제발전의 특수한 국
면인 것이다. 그러나 헤이건이나 맥클란드는 베버가 근대 서구자본주의의 발생을 설명하면서 칼빈주의와 같은 관념
적 요인 이외에도 많은 제도적 요인들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림으로써 인과적 설명에 있어서 부
적합성을 노출시켰다.
(2) 분화 -통합의 이론
파슨스와 스멜서로 대표되는 구조기능주의적 근대화론자들은 근대화를 사회의 구조 및 기능의 분화와 통합의 맥
락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스멜서에 따르면, 구조의 분화는 하나의 사회적 역할 혹은 조직이 새로운 역사적 상황에
서 보다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둘 혹은 그 이상의 역할이나 조직으로 쪼개어지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그는 그
러한 분화가 전체 제도적 영역에서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그러한 분화의 예로서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가족제도의 변화를 살펴보자. 여기에서 가족제도의 변화란
전근대사회에서 생산과 소비, 사회화와 교육, 종교 정치 등의 종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던 가족이 근대화를 겪으면서
대부분의 기능을 다른 제도적 영역에 넘겨주고 사회성원의 재생산 및 소비단위로서의 기능과 같은 몇 가지 핵심적
기능만을 수행하게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스멜서에 따르면 분화만으로는 근대화의 충분조건이 못된다. 발전은 분
화와 통합간의 대위법적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즉, 점증하는 다양한 이해관심을 갖는 개인들 간의 상화작용을
조정하고 묶어주는 기제가 증가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멜서는 이러한 분화와 통합의 과정이 언제나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고 본다. 때로는 전통의
힘, 분화의 힘, 새로운 통합의 힘 사이의 불연속이 존재하여 이것이 통제할 수 dqjt는 집단갈등의 잠재력을 형성할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파슨즈와 스멜서의 근대화이론은 흔히 신진화론(neo-evolutionism)으로 불리는데, 그
까닭은 이들이 스펜서와 뒤르켐의 진화론적 사회변동이론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펜서의 여향이 두드러
지게 나타나며, 스멜서가 스펜서의 이론에 추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회적 소요의 가능성을 강조한 점이다.
(3) 유형변수적 접근
호셀리쯔는 퇴니스의 “공동사회” 와 “ 이익사회‘ 의 개념에서 유래되어 파슨즈에 의하여 정교화된 유형변수
(pattern variables)를 근대화과정의 연구에 응용하였다. 그는 발전된 국가들은 보편주의(uni-versalism), 기능적 한정
성(functional specificity),성취지향(achievement) 개인주의(individualism) 및 감정중립성(affective neutrality)에 의하여,
그리고 덜 발전된 국가들은 반대로 특수주의(particularism), 기능적 광범성(functional diffuseness), 귀속성(ascription),
집합주의(collectivism) 및 감정성(affectivity)에 의하여 특징지어진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호셀리쯔에 있어서 근대화
는 전통적인 유형변수의 제거 혹은 수정의 과정으로 개념화된다.
또한 한 사화가 얼마나 근대화되었는가에 대한 측정은 그 사회의 구성원들의 행동양식과 사회제도에 있어서 근대
적 유형변수의 조합들이 얼마나 지배적인가에 달려 있다. 호셀리쯔는 전통적 유형변수의 조합으로부터 근대적 유형
변수로의 변화가 주로 스멜서가 주장한 분화의 과정에 의하여 일어난다고 보기 때문에 이러한 접근은 앞에서 살펴
본 “ 분화-통합” 의 접근방법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근대화이론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접근방법상의 특징의 하나는 사회변동의 분석에 있어서 단위를 설정하는 데
있다. 즉 근대화이론은 근대화의 기본적인 역사적 무대로서 민족국가(nation state)를 잡고 있다. 세계 속의 각각의
국가 혹은 사회는 고립되어 있는 것으로 가정되고 따라서 변동의 요인도 내부적 요인에만 국한된다. 이러한 가정은 일견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가정에 기초한 분석단위의 설정이 가져오는 논리적 결과는 근대화이론의 가장 중
요한 특징인 동시에 결함을 이룬다.
후진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후진국이 덜 발전되거나 혹은 근대화되지 못한 원인이 후진국 자체의 내부적 요인에
이해서만 설명되게 되고, 따라서 후진국의 전통적 요소는 후진국이라는 정의 그 자체에 의하여 이미 발전이나 근대
화에 장애가 되는 요소로 규정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근대화론자들의 이러한 분석단위의 설정에는 흔히 간과
되기 쉬운 양면성이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근대화이론이 저발전의 원인과 관련해서는 분석단위를 민족국가에 한정
시키면서, 발전의 전략으로는 문화접변(acculturaiton)을 강조함으로써 외부적 요인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즉, “ 근대
화과정에 있는 사회들은 근대적 기능에 적용되어야 할 전통적 제도들을 갖고 있는 독립된 실체로서, 그리고 동시에
많은 외부의 힘의 영향 하에 있는 사회로서 간주되어야 한다.” 는 것이다.
말하자면 저발전의 원인을 설명함에 있어서는 “이중구조론(dualism)"을, 발전전략으로서는 ” 전파론(diffusion
theory)“을 내세운다. 이러한 양면성에도 불구하고 근대화이론의 기본적인 분석단위는 역시 고립된 하나의 국가 또
는 사회라고 볼 수 있다. 그 까닭은 근대화이론이 비록 발전의 전략으로서 선진국으로부터의 가치, 태도, 제도, 기
술, 자본 등의 전파를 강조하지만, 이러한 발상은 적어도 지금까지 저발전된 사회의 기본적인 발전 동인을 저발전
사회 내부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화이론이 갖는 두 번째 공통된 특징은 사회발전에 대한 단선적 견해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근대화이론은 각
각의 이론가 혹은 유파별로 중요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면서도 사회발전의 방향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즉 그들은 선진국들이 과거에 경험했던 과정을 오늘날의 후진국들이 반복할 것이고, 결국 오늘날의 선진국들(서구
사회)이 갖는 사회구조적 특성들을 갖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미 발전된 국가들과 현재 발전하고 있는
국가들과 주된 차이는 발전과정의 본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후발 근대화 추진국들로하여금 “단계를 뛰어넘거
나” , “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게 만드는 속도와 강도에 있다고 본다. 요컨대, 근대화된 사회와 근대화되지 않은
사회는 동일한 궤도를 달리고 있으며 이들 사회 간의 차이는 현재 점하고 있는 위치에 있을 뿐이다. 이러한 단선적
발전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서 우리는 전통과 근대성의 이분법적 대조를 들 수 있다.
지금까지 근대화이론이 갖고 있는 이러한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다. 후술할 종속이론이 근대화이론의 “ 반명
제” 로서 등장된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논의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부분은 제외하고 여기에서는 가장 일반적
인 수준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근대화이론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가장 포괄적인 문제점으로는 우선 서구중심주의(westerncentrism)를 들 수 있
다. 이른바 “근대성” 이라는 것이 서구사회의 특성들로부터 추상화된 것이기 때문에 근대화론자들의 논리에 따르
면 서구적인 것은 근대적인 것, 그리고 발전된 것이며 비서구적인 것은 전통적인 것, 덜 발전도니 것과 동일시된다.
그리고 서구사회가 16세기 이래로 경험했던 역사적 변동을 지칭하는 근대화의 개념을 오늘날 발전도상국에 적용함
으로써 변동모형의 설정에 있어서 서구의 특수성이 보편성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발전전략으로 서구와
의 문화접변을 강조함으로써 근대화는 곧 서구화를 의미하게 되었다.
이러한 서구중심주의에 바탕을 둔 이론이 제3세계의 역사적 변동의 특수성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
하다. 에찌오니에 따르면 “ 근대화이론은 서구화는 차치하고라도, 근대화가 결코 보편적인 유형이 아니라는 사실에
눈을 감고 있다고 비난받는다. 즉 근대화의 노정을 따라서 출발했던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이 그들의 영행을 끝내지
않고, 근대적이지도 전통적이지도 않으며 확실히 서방과는 거의 공통점이 없는 다양한 구조 속에 주저앉았고, 또
다른 국가들은 근대성을 향한 서구적 길이 아닌 공산주의적 길을 분명히 선택했다는 사실에 눈을 감고 있다.
두 번째의 문제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전통과 근대성의 대립적 설정이다. 이 문제 역시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될
수 있겠으나 여기에서는 전통과 근대성이 상충하는 것인가 혹은 전통은 근대화를 저해하는 요소인가의 문제만을 제
기하고자 한다. 이 문제는 사실상 근대화이론가들 내부에서도 거론되어 왔다. 거스필드는 아시아, 아프리카 사회에
근거를 두고 전통과 근대성이라는 용어가 잘못 사용되는 여섯 가지 오류를 지적했고, 포테스는 개인적 근대성의 개
념 갖는 3개의 오류를 가장 분명하게 부각시켰다. 결국 거스필드의 주장은 전통문화와 전통사회는 다양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고, 전통과 근대성은 공존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잇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어떤 전통은 성취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근대화를 정당화시키고 근대화가 요구하는 희생의 명분을 만들어
주며, 간결에 필요한 상징을 제공함으로써, 그리고 급격한 변동을 겪는 사람들에게 안정과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함
으로써 근대화에 기능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어쨌든 “전통” 으로 개념화된 것이 전래된 행동양식을 단순히 지
금까지 그렇게 해왔다는 이유만으로 고수하는 “ 전통주의” 와 구별되는 것이라면, “ 전통” 은 근대화론자들이 가정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근대사회의 조건과 융통성 있는 결합을 보일 것임에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근대화이론의 인과적 설명력의 문제를 살펴보자. 전체적으로 근대화이론은 변동에 대한 인과적 설명
을 결여하고 있다. 사회심리학적 이론의 경우, personality의 변화가 경제성장의 원인인지 혹은 그것의 결과인지 아
니면 경제성장과 병행해서 나타나는 현상인지를 밝히기가 어렵다. personality의 변화와 경제성장은 모두가 장기간에 걸쳐서 완만하게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시간적인 선후관계가 뒤바뀐 인과관계가 설정될 위험성이 있다. 예
를 들면, 성취욕구의 향상이 경제성장을 가져왔다고 말할 때, 사실은 관찰된 경제성장의 궁극적인 원인으로서의
personality적 요인의 설정은 그것의 입증방법상의 문제 이외에도,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킬 가능성을 가지
고 있다.
문제의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인과적 설명의 부적합성은 분화와 통합으로써 근대화를 설명
하는 구조기능주의 이론가들에게서도 나타난다. 근대화에 대한 설명으로서 분화모형이 갖는 첫 번째 문제는 분화와
통합의 과정이 근대화라는 특수한 유형의 사회변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분화와 통합의 개념은
근대화라는 특수한 역사적 시기에 일어나는 특수한 유형의 사회변동을 넘어서서 매우 일반적인 사회변동의 과정에
적용될 수 있다. 이 점은 스미스가 잘 표현해준다.
'어느 곳에서나 우리는 보다 단순한 구조로는 그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복잡한 사회조
직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디서나 우리는 덜 전문화된 단위들이 새로운 문제와 조건들에 대처할 수 없어서
붕괴되고, 이러한 기능들을 수행하고 이러한 새로운 임무들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할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보다
전문화된 단위들에 의해 이것들이 대체되어가는 것을 목격한다'
분화와 통합의 모형과 관련해서 제기될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이 모형이 비록 근대화의 특징적 과정을 잘 묘
사해준다 하더라도 무엇이 분화와 통합을 일으키는가를 밝혀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들이 비록 “새로운 문제(상
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혹은 “ 새로운 문제에 적응하기 위하여” 라는 “설명” 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지
나치게 추상적이고 목적론적(teleological)이다. 만약 다른 어떤 시기보다 근대화의 시기에 사회구조의 분화를 결정적
으로 요구하게 된 새로운 상황 혹은 조건들이 존재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그것이 바로 근대화의 주된 원인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2. 경제발전과 사회발전
사회발전은 보다 나은 사회로 가는 사회 변동을 가리킨다.(가치 판단과 방향성의 관념 포함) 최근에는 개발도상국
들의 정책적 사회 발전 추진에 따라 사회 발전을 국가의 계획과 연관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 발전의 개념은 사
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ex) 근대화 이 우세할 때에는 근대화가 곧 사회 발전을 의미했었다.
물론 경제 발전 하나 만을 가지고서 사회가 발전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사회 발전에는 정치 발전 및 문화의 발전
도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남미 국가들은 국가의 주도하에 경제발전과 이를 토대로 한 사회의 전반적인 발전을 추진하고 있으나
성공한 나라가 매우 드물다. 그 국가들은 20세기 전반에 놀랄 만큼의 빠른 발전을 했으나 얼마 가지않아 한계점에
다다랐다. 경제적 침체가 계속되면서 정치적 독재와 사회적 불안까지 나타났다. 경제 발전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문제 역시 사회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 빈부의 격차
구성원과의 불신, 분열, 갈등이 확산됨에 따라 사회가 불안해지고 도덕 윤리가 파괴되며 의욕이 상실될 뿐만 아
니라 계급적인 분열과 투쟁의 가능성까지 엿보인다.
- 환경오염
공기와 물의 오염으로 공해병 발생. 화학 비료와 살충제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농산물의 오염. 석유 에너지의 무
절제한 사용에 따른 대기 오염. 무분별한 자연 훼손에 따른 생태계 파괴.⇒인류의 생존을 위협!
- 가치관 혼란
규범 체계의 혼란으로 이어져 범죄를 증가시킴.
3. 제3세계와 종속이론
1) 제 3 세계의 개념과 내용
제3세계란 용어는 중국이 대소(對蘇) 긴장격화에 따라 국제정세 인식에 변화를 겪으면서, 1960년대 말부터 사용되
었다. 이 구분에 의하면 전세계는 경제적으로 발전된 미국과 서유럽 등의 선진자본주의 국가가 제1세계, 여기에 맞서온 사회주의 국가가 제2세계, 양쪽 모두에 포함되지 않는 국가들이 제3세계로 규정된다. 이와 같은 국제정치적
기준은 소련 및 동유럽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퇴색하고 있다.
제3세계를 경제발전에 따라 구분한다면,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자연스럽게 발전한 구미자본주의 국가와 일본
이 제1세계가 되고, 사회주의노선에 따라 산업화를 이룬 소련과 동유럽블록이 제2세계이며, 제1세계와 제2세계로부
터 자본과 기술 및 이데올로기를 도입하여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국가들이 제3세계이다. 흔히 제3세계로 부르는
국가들은 지역적으로 라틴아메리카 · 아시아 · 아프리카 · 중동 등지에 편중되어 있다.
선진국과 제3세계 사람들의 삶의 질과 수준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간격을 보인다. 제3세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빈곤의 원인을 제3세계 자체에서 구하거나, 아니면 외부세계, 즉 제국주의적 국제관계의 산물로 본다.
첫 번째 주장은 제3세계의 국내적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높은 인구밀도, 낮은 농업생산성, 적대적인 사회
계급과 격심한 부의 불균등배분, 분절적 사회문화, 그리고 정치엘리트의 무능력과 파당성을 빈곤의 원인으로 지적
한다.
두 번째 입장은 오늘의 강대국이 제3세계를 유린 · 약탈했기 때문에 강대국은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그
반대로 제3세계는 빈곤과 저발전의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를 통상 ‘ 종속이론’ 이라고 부
른다.
발전이론의 시발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근대화이론, 종속이론, 정통마르크스주의 이론은 각기 패러다임의 위치
를 향하여 경쟁하여 왔으나, 아직 그 어느 것도 패러다임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그 이유는 우선
비판에 있어서 대립적 수준에 머무른 채 비판의 대상이 된 이론이 갖춘 안목까지를 포괄할 수 있는 이론적 체계를
그 어느 진영도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며, 또한 발전의 문제가 복합적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역사적으로 지역적으로
개별사회의 구체성을 뛰어 넘는 범사회적(global) 이론은 그만큼 취약점을 갖기 때문이다.
비판적 발전모형(left-criticism development model)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또는 제3世界에서 다양한 노동운동과
같은 전통적 세력에 대해 대표된다고 할 수 있다. 비판적 발전모형에 속하는 발전이론이나 접근들은 남미학자들이
주창하는 從屬理論, 世界體制 接近, 南-南協力接近, 그리고 新마르크스주의 등을 들 수 있다. 이 모형은 근대화 이
론이 추구하는 발전 전략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지만 발전의 목적에 있어서는 차이점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사회
및 국가 발전 정책의 주체가 국가가 주도하든, 또는 선진국에서 벗어나 소위 주변 국가들간의 협력에 의해서든 근
본적인 발전의 목표는 ‘ 서구의 근대화’ 를 추구하는 입장으로 고전적 발전모형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비판적 발전모형이 50~ 60년대를 풍미했던 근대화가 지나치게 서구중심적임을 따라 제3세계의 저발전의 문제를
설명하고, 처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하고 등장한 것이 종속이론과 세계체제이론이다. 이러한 비판적 발전
모형은 근대화이론이 추구하는 발전 전략에 대해 매우 批判的이지만 발전목표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
2) 종속이론
① 종속이론은 중심부(선진국)와 주변부(후진국)의 관계를 설명하고, 후진국의 저발전의 원인과 결과를 규명하려
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특히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처한 경제적 상황과 저발전 상태를 분석하기 위한 현
실적 욕구에 바탕을 두고 라틴 아메리카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연구되었다.
② 종속이론이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적 상황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고, 또 이를 기반으로 정책적 가능성을 설정
하고자 하는 면에서 볼 때, 이 이론은 단순히 학문적인 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이
데올로기적인 면이 포함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③ 프레비쉬의 주장 : 1차 생산품을 주로 수출하고 선진국으로부터 공산품을 수입하는 남아메리카 국가들의 교
역 조건은 장기적으로 악화되는 경향을 지닌다고 한다. 왜냐하면 1차생산품의 수입, 수요에 대한 선진국의
소득탄력성은 낮은 반면 2차 생산품의 수입, 수요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소득탄력성은 높기 때문에 남아메리
카의 여러 국가들은 만성적․구조적인 국제수지 적자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한국의 경우도 위와 마찬가지
로, 미국에 수출되는 승용차 수천 대는 전투기 한 대 수입으로 상쇄된다, 80년대 군사정권과 반미 데모의 배
경이론).
④ 바란과 프랑크의 주장 : 선진국들은 후진국 내부의 엘리트와 함께 후진국에서의 자본주의 발전을 억압하여
잉여착취를 용이하게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후진국 경제가 정체상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중심부와 정치적, 경제적인 종속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⑤ 종속이론은 개발도상국의 경제 현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나, 과연 이것이 실제로 후진
국의 경제발전이나 저개발현상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틀인가에 대해서는 상당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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