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현대사회의 발전과정
1. 현대사회의 의의
현대사회란 우리의 삶을 누려가고 있는 오늘의 사회를 이른다. 시간적 관점으로 보아 가까운 과거에서 지금에 이
르는 시기를 말하지만, 역사적 시기구분으로서의 현대는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을 통해 사회주의가 등장하기
시작한 1917년 이후 오늘에 이르는 시기를 지칭하고 있다. 즉, 근대사회를 자본주의 등장을 시점으로 잡았다면, 현
대는 사회주의의 등장을 시점으로 잡고 있고 시간적으로는 아직 끝나지 않은 과거와 미래의 과도기로 설정되어 있
다.
이렇게 보면 근대와 현대는 시간적 편의에 따라 시기를 구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비록 사회주의가
출현하였지만 그것은 아직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변화시키지 못했고 여전히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적이기 때
문일 것이다.
초기의 사회학자들이 밝히고자 했던 사실은 전근대의 봉건적 생산양식과 다른 근대사회의 특성들 이었다. 사회학
의 시조인 꽁뜨(A.Comte)는 근대사회를 과학자와 산업가가 지배하는 과학과 산업의 사회로 규정했고, 독일 사회학
자 퇴니스(F.Tonnies)는 자발적 협동의 원리가 기초가 되는 이익사회(Geselschft)로,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껭
(E.Durkheim)은 분업의 발달로 이질적인 사람들의 상호의존성이 증대되어 서로를 결속시켜 주는 유기적 연대
(Organic Solidality)의 사회로, 맑스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사회로 규정했다.
대체로 근대사회의 성격에 대한 시각은 사회학의 영역에서는 산업사회로 규정하고 있는 강단사회학의 관점과 자
본주의사회로 규정하는 맑시즘의 관점으로 대별할 수 있다. 근대사회를 산업사회로 보는 시각은 농업에 근거한 전
통사회로부터 기계화된 상품생산 및 교환에 기반을 둔 산업사회로의 이행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 같은 상업사회의
성격이 장기지속 내지는 영원하리라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에 맑시즘의 시각은 で자본주의적 생산관계는 그
것이 가지는 내적 모순 때문에 혁명에 의해 다음 단계의 생산양식(사회주의)으로 이행하는 과도기로서 규정하고 있
다.
즉, 강단사회학에서는 산업사회가 산업구조의 변화(기계기술 중심에서 지식, 정보중심)에 조응하여 지속되리라는
사고에 바탕을 둔다면, 맑시즘은 자본주의사회를 극복의 대상내지는 사회주의사회의 이행기로서 규정하고 있다는데
서 그 큰 차이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 산업사회론
1) 초기 산업사회론
산업사회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프랑스의 생시몽(Saint-Simom)이다. 생시몽은 그의 저서 산업
<L'industrie(1816~1818)>에서 산업은 온갖 부와 번영의 원천이라고 했으며, 산업의 주체인 산업자 계급이 존경을 받
고 사회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과학적 산업체제가 확립되고 산업이 새롭게 조직되는 산업사회로의
진전이야말로 역사의 기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생시몽의 제자인 사회학의 시조 꽁뜨는 인간정신의 진보(신학적/형
이상학적/실증적)단계에 따라 사회도 순차적으로 군사적, 법률적, 산업적 사회로 진보한다고 보았으며, 현대사회는
과학자와 산업가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뒤르껭은 상업화 보다는 노동의 사회적 분업,
기능의 분화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사회적 분업 역시 산업화를 초래하게 되고, 유기적 연대의 사회라는 것은 산업
사회를 상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초기 산업사회론자들에게 있어서의 관심은 산업혁명이후 본격적으로 추동되기 시작한 산업화에 따른 그 시대의
변화상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사회를 산업가와 과학자들이 지배하는 사회를 예측하는 것이었다. 산업화는 단적으로
산업혁명에 의해 추동된 기계 기술의 발달에 기초한 생산체계와 산업구조의 변화를 뜻한다. 즉 농업에 근거한 전근
대사회로부터 기계화된 상품생산 및 교환에 기반을 둔 산업사회로의 이행과 그에 따른 새로운 조직원리, 계급구조,
가치체계, 행위구조 및 인간관계가 창출되는 것을 말한다. 이들에게 있어서 산업화라는 것은 神아래 종속되어 있던
중세암흑시대를 깨고 인간이성중심의 사회로의 진보, 진화를 이루어 낸 추동력이라고 보고 있다.
2) 현대산업사회론
과학기술진보로 인하여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들이 변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현대의 부르주아적 옹호론. 레이몽
아롱(Raymond Aron), 존 갈레브레이드(John Galbraith), 즈비그뉴 브레진스키(Zbigniew Brezinski), 다니엘 벨(Daniel
Bell)이 가장 두드러진 인물이다. 이것은 월트 로스토우(Walt Rostow)의 경제성장단계론의 연장이다.
주창자에 따르면, 산업사회는 현대적인 과학기술과 생산조직의 상태에 의해 규정되는 사회발전의 특수한 단계이
다. 그들은 특수한 발전단계에 있는 사회의 기본적 특성이란 인민과 계급들 간의 생산관계보다는 노동도구와 생산
기술의 성격에 의해 직접 규정된다고 주장한다. 부르주아 이론가들에 따르면, 사회발전의 결정적 요인인 생산기술
은 일정한 진보의 단계들을 거쳐가며 이러한 각 단계들마다 이에 대응하는 사회제도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
서 현재 대립하고 있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는 점점 더 유사하게 되어 결국은 합병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산업사회론자들은 계급적 생산관계에 대한 분석을 애써 피하고 현대의 대규모 생산의 다양한 특성들을 부각시키
는데 주력한다. 이들은 현대자본주의의 ‘ 변형’ 에 있어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국가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인
다. 산업사회론의 특징은 소득균등화 개념이다. 특히 소득수준을 산업체제 성숙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여긴다. 산업
사회론의 변형태의 하나는 미국사회학자 다니엘 벨이 세운 후기산업사회론이다. 생산기법 및 기술과 함께 대규모
산업생산에 분석기반을 두는 산업체제론자들과 달리, 벨은 과학과 이론적 지식의 조직화를 강조한다. 산업사회는
물질적 유용물의 생산이 아니라, 점차 영향력을 키워가면서 과학과 관리의 복합체로 변모해가고 있는 과학적 제도
들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벨은 이것인 핵심적인 의사결정과정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추세는 모든 사회부문에서 장려되고
있으며, 능력있는 과학자들에 의해 점차 받아들여지고 있다(‘ 능력사회’ (meritocracy)). 후기산업사회론의 한 분파가
브레진스키의 정보화시대론이다. 브레진스키는 전자공학과 컴퓨터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모든 나라들은 미국
을 선두로 하여 정보화시대로 불가피하게 돌입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산업사회론의 모든 변종들의 목적은 부르주아
사회의 계급적대를 숨기려는 것이다. 이는 과학기술진보를 절대화하고 생산관계의 역할을 무시함으로써 행해진다.
산업사회론과 후기산업사회론은 또한 자본주의가 혁명적 변혁없이 평화롭게 사회주의의 많은 특성들을 갖는 새로
운 사회체제로 변형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초기산업사회론자들이 그 당시의 사회를 분석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사회로 산업사회를 제기했지만 1950년대 이후
의 산업사회론은 산업화가 상당히 진행된 실제의 사회상으로서 산업사회를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는 1950년대 이후
의 산업사회론을 대표하는 다렌돌프(R.Dahrendorf), 아롱(R.aron), 커(Keer)의 산업사회론과 벨(D.Bell)을 살펴본다.
(1) 커의 산업사회론
커는 산업주의사회를 과학과 기계,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사회, 동물의 힘과 수력, 풍력 이외의 에너지에 크
게 의존하고 있는 사회, 상당한 액수에 이르는 저축 및 투자, 고도의 분업화, 지상의 대부분을 망라하는 통상활동
등에 크게 의존하는 사회형태라고 정의하고 이런 산업주의사회의 특징을 아홉 가지로 들고 있다.
ⓛ 자본주의는 산업주의로 대체된다.
②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노동의 숙련도와 책임수준이 향상된다.
③ 계급구조도 따라서 변한다. 그것의 핵심은 기술직 종사자의 비율이 커진다는 사실에 있다.
④ 새로운 부와 여가가 창출된다.
⑤ 노사관계에 있어서 극한적 대립이 퇴조한다.
⑥ 자본가는 차츰 인간주의적 관리자나 전문인으로 대체된다.
⑦ 산업화로 인한 수렴(convergence)현상의 일환으로 서구 및 동구사회의 계급이나 위계가 영구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⑧ 권력의 분화가 촉진된다. 또 분권화된 다원사회에서 노동계급 역시 분해되고 갈등은 제도화된다.
⑨ 국가는 사회 요처에 영향을 끼치며 관료제가 불가피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산업주의사회에서는 새 기술의
중시, 생산 및 생산성의 급상승, 농업으로부터 공업으로의 대규모 고용 이동, 인구의 도시집중화, 운송. 통신
수단의 혁명적 변화, 대기업의 출현 등과 같은 결과가 보일 것이라고 적고 있다. 커는 대표적인 체제수렴 이
론가로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산업화가 촉진됨에 따라 유사한 사회경제적 과제를 안게 되며, 이러한 문제
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유사한 방향으로 수렴해 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먼저 산업관리의 형태와 성격 즉
하부구조에서의 수렴으로부터 이에 기초한 상부구조로서의 정치형태, 생활양식으로서의 문화, 사회적 규범
등도 유사하게 수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2) 다렌돌프의 산업사회론
다렌돌프는 산업사회의 개념을 거대한 규모의 공장과 기업에서 기계화된 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
는 맑스가 분석했던 19세기 초기 자본주의와 여러 측면에서 질적으로 달라진 구조적 특징들을 현대산업사회가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렌돌프는 맑스와 자신의 관점을 비교고찰하면서 맑스가 주장하는 자본주의사회는 산업사회를
조직하는 하나의 양식에 불과한 것이며, 과도기로서의 자본주의사회, 자본주의모순의 극복 즉 사회주의조차도 산업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하위체제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3) 아롱의 산업사회론
아롱은 대산업이 가장 특징적인 생산형태가 죄는 사회라고 정의하고 그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① 기업은 근본적으로 가정과 분리되어 있다.
② 산업기반은 분업이라는 독창적인 방식을 끌어 들이고 있다.
③ 산업기업은 자본축적을 전제로 한다. 자본축적은 자본주의 사회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사회의 특징이 되고
있다.
④ 산업사회는 합리적 계산을 중시한다.
⑤ 노동자가 직장으로 집중된다.
(4) 벨의 후기산업사회론
벨은 1970년대의 산업사회를 분석하면서 산업사회는 이제 그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으며, 서구의 선진산업사회는
곧 앞으로 20~30년간 사이에 다음 발전단계로 이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새로운 발전 단계를 그는 후기산업
사회라고 부르고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① 산업사회에서는 재화를 생산하는 1차, 2차 산업이 경제의 중심을 이루었으나, 후기산업사회에서는 서비스(지
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 성장한다.
② 직업에서는 제조업 노동자나 기술자가 아니라 전문적, 기술적 계급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다.
③ 후기산업사회에서는 개혁과 정책결정에 있어서 이론적 지식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식사회가 된다.
④ 후기산업사회는 무엇보다도 정보의 중요성이 커지며, 특히 정보기술이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된다.
벨은 맑스에 의해 주장된 자본주의사회론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산업사회의 개념을 중시한다. 즉 오늘날
서구사회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묶어 다 같은 산업사회이며,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저발전사회를 전산업사회의
사회구조를 가진 것으로 보고, 오늘날의 서구사회는 앞으로 후기산업사회로 이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벨 이외에 벤야민(Benjamin)은 후기산업사회에서는 산업사회의 도시화 현상과는 달리 도시인구가 점차 교외로 분
산되는 도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인구증가율로 격감되며, 정치권력에 대한 추종보다도 참여가 강조되고 따라
서 정치적 갈등도 줄게 될 것이며, 국가간에는 상호의존성이 증대되고, 산업사회에서의 조직과 권력의 집중화와 반
대로 분권화, 분산화, 다원화 참여지양, 갈등해결 등으로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잉글하르트(Inglehart)는 산업사회에서 추구하던 물질적 욕구, 경제적 안정, 질서유지 등의 중요성은 점차 약화되
는 반면에 자기성취, 평등, 사회심리적 욕구 등에 사람들은 더 큰 가치를 두는 개인의 가치체계의 변화를 강조했다.
3. 자본주의사회론
마르크스는 <자본>을 통하여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기본적으로 상품이 전일화된 사회이며, 노동자들 또한 상품이
라고 주장한다. 노동자는 자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나 재능을 가지고 임금을 받고 자신의 노동력을 파는 형태이
다. 여기서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노동력의 대가이다.
즉, 노동자가 파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 '노동력'이며 '노동력'의 사용가치는 4시간 일을 하고 나머지 4시간의 일
을 더 함으로써 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한 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노동력을 필요노동과 잉여노동으로
구분하고 필요노동에서 발생하는 가치 부분 을 잉여가치라고 규정한다. 그는 8시간 노동일=4시간 필요노동(임금)+4
시간의 잉여노동(잉여가치)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논증한다.
1) 자본의 축적은 근원적으로 노동자의 노동에서 나오는 것으로, 그 비밀은 잉여가치에 있다. 사용자의 자산의 축적
은 결국 이 노동자들의 잉여가치를 혼자서 독식함으로써 창출된다는 것이다.
2) 잉여가치는 곧 계급투쟁이다. 예를 들어 1억을 투자한 자본가는 1억+잉여가치를 만들어낸다. 이때 잉여가치의 배
분을 둘러싼 자본과 노동 간의 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 자본주의가 존속하는 한에 있어서 이 투쟁은 중단
될 수 없다. 아울러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잉여가치를 최대한 크게 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데 이것이 과학기
술혁명과 같은 생산력의 발전이다.
3) 잉여가치는 결국 자본의 가치로 귀속되며 이 부의 축적이 부의 양극화와 더불어 노동자, 민중의 상대적인 빈곤
과 절대적인 빈곤을 낳는다. 자본의 초기투자량이 많으면 잉여가치의 양이 더 커지고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을
하면 할수록 잉여가치의 양이 커지기 때문에 자본의 힘은 더욱 거대해진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삼성그룹을
보듯이 자본의 권력은 실로 막강하다. 현재 세계 상위 20%의 부유층은 세계 총 생산의 86%를 차지하고 있는 반
면, 하위층 20%는 단지 1%만을 가지고 있다. 세계 3대 부자의 재산은 최빈국 48개국의 국내 총생산보다 많으며,
또한 하루 1달러로 살아가는 저개발국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약 15억명의 인구가 절대적인 빈곤
의 상태에 빠져 있다.
4) 이와 더불어 자본의 모순과 한계도 더욱 전면적을 떠오른다. 이것은 자본의 한계와 모순의 극점을 보여준다. 마
르크스는 이윤과 잉여가치를 구분하는데 이윤은 전체 자본에 대해 증식된 가치이며 잉여가치는 임금부분, 즉 가
치를 증식하는 부분에 대해 증식된 가치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을 통해 자본주의의 역사는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고 자기 파괴적인 운동을 생성해 낼
것이라고 보았다. 자본의 내재적인 순환 법칙, 즉 공황에 의한 폭력적인 자기 파괴는 이런 자본의 한계치가 '폭력적
'으로 드러나는 경우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본을 넘어서는 힘과 동력은 자본의 폭력, 즉 공황시기에 전개되는
노동자 해고와 실업율의 증가 등에 의해 배제되는 노동자계급에 의한 계급투쟁이다. 그러므로 마르크스는 자본의
한계가 유발하는 폭력이 대부분 민중에게 전가되고 그들의 생존권을 파괴한다는 측면에서 숙명처럼 이를 받아들이
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를 넘어선 사회로의 변혁적 실천을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과학
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대부분 자본주의 사회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개인
의 이기성에 근거한 계산과 그에 따른 행위들로 조직된 사회이다. 경쟁에서는 시장경쟁이, 정치에서는 '일인일표'와
'다수결 원칙'이 적용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 국가는 한 사람이 한 표를 행사하는 선거를 통해서 구성된
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선거도 권력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선거를 치루기 위해 정당들은 선거자금을 모아야 하는데
정치가들은 기업으로부터 이를 모금한다.
돈을 많이 낸 사람은 당연히 이에 따른 영향력을 행사하며 각종 경제적 혜택을 누린다. 따라서 자본가는 소수이
고 노동자와 민중은 다수이지만 항상 정치적인 결정들은 자본가들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게다가 노동자와 민중들은
각종 신문과 TV, 라디오 등에서 자신의 입장을 선전할 수 없는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들은 신문사, 방송사
의 기업주이거나 광고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돈으로 독자적인 선전이나 광고를 할 수 있
다. 따라서 경제적인 권력관계는 정치적 권력관계에서도 힘의 불균형과 독점을 낳는다.
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힘을 가진 자본가는 사회적으로도 권력과 권위를 독점한다. 각종 사회단체나 사회기관들에
서 자본가들은 대부분 이사이거나 창립자이다. 그리고 각종 연구기관들이나 대학에서 자본가들은 돈을 기부하거나
자기 자신이 설립자 또는 이사가 됨으로써 권력을 장악한다. 그들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지도층 인사들'이며 다
른 사람들보다 훨씬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므로 마르크스는 자본가와 임노동자로 구성되어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불평등한 관계, 부의 양극화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계속해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리
고 이와 같은 권력화의 최종적인 응축 지점에 국가가 있다.
국가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보편적인 이해를 '공공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대변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가
는 실제로 이와 같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 '공공의 이익' 또한 자본주의 생산 방식을 선전하는 것으로
만 나타난다. 국가는 만성적인 실업과 불안정한 노동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능력을 키우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경쟁을 하라고 부추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다수 민중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 자본가
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권력 장치일 뿐이다.
현재의 한국 사회의 위기는 경제적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경쟁력 강화, 사유화, 탈규제화, 노동의 유연성, 국가 간
섭의 축소, 자본 시장의 우선 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세계화'의 구호 속에서 한국 사회는 시장경제
력 혹은 시장경쟁력만이 강조되고 있다. IMF구제금융 도입시 '경제 소생을 위한 구조조정' 이라는 미명하에 인간의 삶의 질은 도외시되고 있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구조조정 이었는가' 라는 문제 제기조차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즉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한 노동자에 대한 문제이다. 바로 여기에서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드러난다. 인간
이 중심에 선 노동구조가 아니라 행위의 주체인 인간은 어느 사이에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사회, 마르크스가 이미
이야기했던 '인간의 물상화'와 맥을 같이 하는 현상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노동시장에서도 파레토법칙이 지배하고 있다. 소위 20 대 80의 사회로 지칭되는 부의 분배구조 하에서 노동
의 공급자시장에서도 겨우 20%만이 안정된 고용과 임금을 통해 복지와 소비를 누릴 수 있게 되고, 나머지 80%는
이러한 모든 혜택에서 배제되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노동시장의 고용형태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
이다. 그리고 현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는 경쟁사회의 논리대로만 치닫는 사회적 분위기에 있다. 즉, 우리
는 비인격적인 사물이나 관계가 인간을 지배하고 경쟁으로 내모는 물적 강제가 팽배한 사회 구조에 놓여있다. 인간
이 빠지고 소외된 물적, 경쟁적 사회구조에 내몰려 있는 것이다. 어느 사회구조이건 인간이 제외되고 소외된 사회
는, 제외되고 소외된 다수의 민중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이의 타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현실화될 때, 혁명과 같은
변혁을 맞이한다. 따라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현행의 사회적 체제, 구조가 이를 수용하고 개선하고자 하
는 인간중심의 사회 구조로의 회귀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하겠다.
4. 대중사회론
현대사회의 기본특징의 하나는 현대사회가 대중을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중이라는 개념은 매우 막연하여
정의하기가 힘든 개념이다. 대중이란 공통된 사회상황 속에서 공통된 심리적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의 무리를 의미
한다. 이들 간에는 여타집단들처럼 지속적인 상호작용은 존재하지 않으나 어느 정도의 심리적 상호작용을 통하여
유사한 태도를 형성한다. 대중은 주로 매스컴에 의해서 동질화되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중에게는 특정한 목표나 관
심사가 없으며, 동일한 자극에 의하여 심리적으로 비슷한 반응을 하는 무리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대중은 메스컴
의수신자로서 또 지배층의 교묘한 대중조작의 대상으로서 受動性, 同調性, 等質性이 강조된다. 블루머(H.Blumer)에
의하면, 대중은 아무런 사회조직도, 관습도, 전통도, 규칙도, 의식도, 사회적 역할의 구조도 확립된 리더십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중은 분리되어 있고, 서로 무관심하고, 익명적이며, 대중행동에 관한 한 동질적인 개인들의 집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중사회라는 말은 현대사회의 사회심리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가정 필수적이며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
다. 대중이 사회적인 쟁점의 대상이 되고 대중의 사회적 역할이나 특성을 두고 논쟁이 일게 된 것은 근대사회이후
의 일이다. 즉 산업화, 도시화, 관료제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 현대사회가 삶의 비인간화현상을 수반하게 되자
대중사회라는 말로 자주 표현하게 되었다. 즉 대중사회는 이질적이고 익명적이며 원자화되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
는 대중들로 구성된 사회라는 것이다.
현대인은 정치적 대중, 경제적 대중, 그리고 문화적 대중으로 존재한다. 대중은 엘리트가 조종된다. 이러한 대중
들로 이루어진 대중사회의 특성은 대체로 부정적 성격을 갖는다. 여기서는 대중사회가 전체주의사회 혹은 반전체주
의 사회나 천박한 사회로 묘사되는 데, 이 같은 시각의 바탕은 20세기의 러시아와 독일에서의 전체주의의 등장에
대한 반발로서 전면적인 지배의 경향이 있는 엘리트의 등장에 대항하여 민주주의적 가치들을 지적으로 방어하려는
데에 그 목표를 둔 것이었다.
여기서는 엘리트들이 원자화되어 있는 대중들을 매스미디어를 통해 쉽게 조종할 가능성이 높은 사회로 보고 있
다. 아렌트(H. Arendt)는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대중은 사회구조가 경쟁적으로 되어 있는 고도로 원자화된 사회의
파편에서 생성되며, 이런 사회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고립감은 전시대에는 어떤 계급집단에 속함으로써 방지될 수
있었다. 이처럼 고도로 원자화된 대중사회에서 대중이 권력엘리트나 선동가의 대중조작에 말려들 소지를 마련함으
로써, 전체주의로 이행할 위험성이 크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대중사회의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 야만성과 우둔성
을 드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고립성과 그들의 정상적 사회관계의 결여를 들고 있다.
대중사회는 대중문화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사회이다. 대중사회는 대중문화를 양산하고 있다. 대중문화는 대중사
회의 구조적 특질과 매스미디어 자체가 갖는 메카니즘에 의거하여 위에서 아래로 하나의 상품으로 일방적으로 대중
에게 주어지는 문화이다. 대중문화는 대중들이 스스로 생산한 문화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대중들을 상대로 한 상품
화된 상업성문화이다. 상품화된 문화는 주로 물화(reification)와 조작(manipulation)의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물화란 대상과 대상-사실을 주체여야 하는데-간의 관계, 즉 사용가치에 의해 매개되는 사물간의 관계가 지배적
사회과정을 이루고 있는 상황을 지칭하는 것이다. 물화의 과정을 통해 인간은 대상(구매력을 지닌 소비자)으로 전화
된다. 이러한 전화과정에서 소비란 삶의 질을 의미하고 계급모순이나 계급불평등은 은폐된다. 동시에 소비는 피지
배집단의 계급투쟁 의지를 약화시키고 안정시키는 기능을 하게 된다.조작의 과정은 대체로 표준화, 순응, 속임수등
의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개념화된다. 강력한 매스미디어에 대해 대중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순응과 적응
뿐이며, 스스로의 삶의 조건에 대한 반성은 가능치 않다는 것이다. 대중문화는 메시지 자체가 표준화되어 있고 허
위의식만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대중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또 다른 시각은 대중문화를 부정하고 엘리트의 특권을 유지하는 엄격한 위계적 사회
를 보존-유지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이들에 의하면 대중문화특징은 천박성이다. 즉 엘리트들이 갖는 배타적 창조성
과 우수성이 천박한 저질의 대중에 의해침식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대중문화는 고급문화의 타락이며, 통속화
바로 그것이며, 따라서 인간의 예술적 창의성이나 심미성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으며, 그 결과로 고급문화의 붕괴
를 가져오는 위기적, 비판적 상황이 현대의 대중 문화적 상황이라고 한다.
이처럼 대중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비해 대중문화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대중사회를 다원적 민주주의로
보고, 사회의 동질성, 문화의 균점, 생활방식의 보편성, 민주화, 평등화에 대중문화가 기여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5. 관리사회론
현대사회를 관료주의가 지배하는 관료사회로 보는 시각은 관료주의가 갖는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켜서 설명한다.
이러한 부정적 측면을 갖는 관료주의의 몇 가지 특성을 살펴보면,
1) 관료주의는 특정한 구체적인 사회문제, 그 조건과 해당 관련자들을 추상적 수준에서 일반적으로 접근한다. 즉 관
료주의는 어느 누구에게나 자신이 내적으로 규정한 절차를 적용시킨다. 인물이 아니라 단지 효율성만을 고려한
다.
2) 관료주의는 추상적인 절차양식에 따라 단지 도구적 합리성을 준거로 삼는다. 따라서 관료주의 형식은 모든 종류
의 목적에 적용될 수는 없다.
3) 관료주의는 분리시켜 지배한다. 관료주의 사회는 그 구성원을 고립된 개별구성원으로 분할시키고 전체적으로는
관료주의적 합리성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이렇게 해서 관료주의는 모든 종류의 사회운동, 저항형태를 제한시키는
주요수산으로 기능한다. 즉 집합의식과 집합행동을 제거한다.
4) 관료주의는 두 차원에서 효율성을 준거로 한다. 지배를 위한 효율성과 지배로서의 효율성이 그것이다. 관료
주의가 자신을 정당화시키는 특성과 양식은 지배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확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관리사회론에 의하면 현대사회는 일차원적 사회, 관리사회, 고도산업사회, 통합사회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지만
이들에 공통된 것은 현대사회가 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고도산업사회이며 관료제를 통해 권력엘리트, 테크노크라트
(기술관료)가 정보를 조작하여 수신자에게 일방적으로 보내어서 수신자의 자율적 사고를 박탈할 정도로 비합리적인
사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관리사회이론을 체계적으로 구성한 마르쿠제(H. Marcus)의 논의를 살펴보자.
마르쿠제는 이전 사회와 다른 현대사회의 특징은 기술적 합리화라고 했다. 즉 기술의 분석이 현대사회분석의 중
심이 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원래 과학기술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인간을 해방하는 것인데, 현대사회의 기
술은 인간을 해방하기는커녕 오히려 인간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그는 기술의 이데올로기성을 주장하며, 테
크놀로지 및 합리화는 산업사회론자의 주장처럼 중립적 무색투명한 것이 아니라 자연 및 인간을 통제하기위한 지배
의 도구로서 작용하며, 따라서 테크놀로지는 지배의 이데올로기로서 관철된다고 보았다.
선진공업사회라 함은 대규모 공업의 기계화가 이미 오토메이션의 단계에 들어가 있는 사회, 다른 제계급은 물론
노동자계급에 있어서도 생활수준이 끊임없이 개선되며 기술적으로 진보한 사회로 정의된다. 이 사회에서는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권력의 집중화가 행해지며, 일국의 경제상태는 정치에 의해 대부분 경정되고 경제는 국가의 직접 간
접의 개입에 의해 기능하고 있어서 하나의 새로운 전체주의적 사회를 이루고 있다. 또한 지배의 도구인 기술도 사
회생활의 모든 부분에 까지 관철되며 사적생활, 개인적 요구는 기술에 의해 조종, 관리된다. 개인은 규칙, 법규, 선
전, 조작된 여론에 의해 사고의 자율성 자주성을 저지당한다.
또한 기술적 합리성은 정치적 이성으로 전 사회를 지배한다. 기술은 현 체제의 유지를 위해 사용되며, 압도적인
기술에 의해 개인은 동질화하고 사회내의 대립은 소멸된다. 이것이 마르쿠제가 언급한 1차원적 사회인 것이다. 사
회의 1차원성을 유지보장하기 위해서는 생산력의 부단한 발전을 필요로 한다. 통합화 안정화의 추진은 문화적 경제
적 정치적 모든 세력을 동원상태에 두는 영구적인 전시상태의 확보가 없으면 안된다.
선진공업사회는 사회기구(문화적/정치적/경제적)을 전적으로 동원상태에 둠으로써 그의 체제를 영구화하여 간다.
그리고 일차원적 사회의 결과는 우선 노동자 계급이 체제내로 통합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계화된 노동의 결과로
서 산업노동자의 작업은 화이트칼라의 그것과 동화됨으로서 계급적 차이는 소멸한다는 것이고, 또 맑시즘의 노동자
의 궁핍화가 생산성의 급격한 상승, 소득의 정책적 증대로서 부정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마르쿠제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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